칼럼게시판 - 다양한 주제에 대한 진보적 시각의 칼럼과 토론
<미녀들의 수다>에서 한 여대생의 "키는 경쟁력이며, 키작은 남자는 루저"라는 발언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 평범한 여대생 개인의 (경솔한?) 발언 또는 말실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은 다음의 글이 잘 지적해주고 있다. 키는 경쟁력 : 대한민국 표준에 대한 욕망
나는 그동안 미수다를 꾸준히 봐왔는데, 기본적으로 제작진의 개념 없는 컨셉이 자주 거슬림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외국인여성들의 여러가지 시각, 특히 한국(인/문화)에 대한 시각 및 경험과 그들의 다양한 문화를 엿볼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어쩌면 지난 월요일에는 그 장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고도 볼수 있다. 그들의 시각이 한국의 젊은 여성들과 어떻게 대비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었으니까..
지난 방송에서는 이례적으로 초대 패널로 연예인이 아닌 일반 여대생 12명과 수퍼쥬니어 멤버 3명이 함께 자리했다. 문제가 된 코너 자체가 "극과극 비교체험"임으로 한국 여대생들과 외국 여성들의 시각이 상반되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에 포함되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논란이후 제작진이 밝혔듯이 여대생들의 발언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각자의 생각을 수합한후 작가가 대본을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에 전혀 엉뚱한 생각들이 나온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런 점에서 볼때 여대생들의 발언들은 (그들이 대표성을 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뒤틀린 성인식과 성문화의 일면을 잘 드러내주었다고 본다.
질문들에 대한 입장 자체는 개인적인 선호의 문제일수도 있다. 문제는 오히려 "나는 키작은 남자와 사귈수 있다",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는게 매너다", "조건이 맞으면 사랑없이도 결혼할 수 있다"와 같은 '체험 극과극' 코너의 질문과 "여대는 왜 가는가", "화장도 학원에서 배우는지", "어떻게 그렇게 명품가방들을 많이 드는지"에 대한 외국 여성들의 질문들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문제가 된 학생의 경우는 그 직설적인 표현들 때문에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된 것일 뿐, 신체적 조건을 경쟁력이나 성공과 연결시키는 논리는 다른 학생들, 그리고 어쩌면 현재 한국사회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나에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데이트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제에서 두 학생이 말한 '데이트사전준비비용론'이나 '초기투자론'이었다. '데이트사전준비비용론'이란 내가 이정도 갖춰졌고 또 이뻐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렇게 했을때 남친도 주위 시선에 당당해하므로, 옷과 신발, 그리고 화장 등을 해야 하는 비용이 사전에 들기 때문에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는 것이고, '초기투자론'은 연애 초기에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먼저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허이령과 도미니크가 곧바로 충격적이라고 반응했다. 특히 도미니크는 이 논리들에 숨어있는 함정을 잘 지적했다. "무슨 손님 받는 것도 아니고..". 허이령은 '투자'라는 자본주의적 경제관념을 연애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퀘벡과 대만에서 온 이 두 여성은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시각의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어진 결혼상대에 대한 인식에 관련해서도 다수의 여대생 패널들은 대체로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조건우선론, 이른바 "사랑이 밥먹여 주냐"론이다. 다수의 학생들은 여러 주제들에서 연애상대와 결혼상대의 이중적 잣대를 거리낌없이 표현했다. 여대의 장점에 대한 수다는 결국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으로 귀결되었고, 화장에 대한 주제는 "도서관에서도 남자와의 만남을 위해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명품가방에 대한 수다에서는 '남들에게 (있어)보이고 싶은 욕망'은 감춰진 채 뻔한 정당화 논리들만 언급되었을 뿐이다.
내가 방송을 보면서 일말의 기대를 한 대로 외국인여성들의 반응을 통해서 현재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성인식과 성문화가 얼마나 특이하고 이상한 것인지 깊이 깨달은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발언을 한 몇몇 개개인의 문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이래서 요즘 대학생들은 문제다" 또는 "이래서 요즘 여자들이 문제다"라는 식도 아니고 정치/경제/사회학적 분석들을 통해 구조적으로 설명되어져야 한다. 중요한 사회학적 문제들은 위에 링크한 블로거의 글에서 상당부분 적절히 지적되었으므로, 아무도 거론하지 않은 여성주의적 측면 하나만 지적하고 마무리 하자.
데이트 비용은 자기가 낸다고 당당하게 얘기한 수퍼쥬니어 이특의 "여자는 약하니까"라는 발언에 대해서 한국여성들은 환호를 보낸 반면, 외국 여성들은 야유를 보내며 우리는 약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그야말로 체험 극과극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고, 남자가 자기보다 10센티이상 커야하고,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야 하고, 남자가 경제적 능력이 더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성들 스스로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스스로 그것을 자초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애나벨은 영국의 여성컬리지의 여성들은 중성적이고 브레지어를 불태우는 페미니스트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구한말과 근대화 초기의 '신여성'들이 여성주의적 시각을 토대로 만든 여대는 현재 방송에서 보여준 것처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이미지"라는 환상과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지극히 반여성주의적인 장점(?)만을 가질 뿐이다. 이제 여대는 한국사회에서 그 역사적 소임에 종말을 고한지 오래인듯 하다. 한국의 여성주의 운동과 담론은 여러 공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강화시켜주기 보다는 오히려 여성대중의 피해의식을 자극하면서 여전히 '보호'와 '배려'의 대상으로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 되는데 기여했다. (실제로 방송에서 이대생이 언급한 여대의 장점은 이것이 유일하다. 남성중심적인 사회에서 일종의 보호막 또는 온실. 하지만 이는 사회에 나가면 남성들과의 관계에 적응하기가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외국여성의 반론으로 곧바로 무너졌다). 또한 사적영역(연애관계 및 부부관계)에서의 눈에 띄는 권리확대와는 반대로 공적영역에서의 차별(사회진출 및 승진장벽, 임금격차, 출산/육아 휴직보장 등등)에 있어서는 별다른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에 여성은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는 남성에게 의존적이 되기 쉬운 구조다.지금이라도 한국의 여성주의운동이 집중해야할 영역과 방향이 무엇인지 잘 성찰했으면 한다.
아, 한가지 잊은게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문제의 발언을 한 그 대학생은 키 작은 남자의 예로 프랑스 사르코지대통령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키작은 사르코지가 자기보다 월등히 큰 가수 부르니와 결혼하여 프랑스에서도 놀림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 키 작은 남자를 싫어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프랑스에서 그의 작은 키를 자주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최고의 권력을 누리는 대통령이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기에 허용될수 있는 것이다. 또한 드골이후, 특히 동거정부를 거치면서 약화된 대통령의 권력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으로도 볼수도 있다. 그가 만약 "루저", 아니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공식적으로 그의 키를 가지고 놀리거나 어떤 제한을 가한다면 명예훼손이거나 차별로서 범죄가 된다. 사르코지의 예는 오히려 그 학생이 얘기한 논리에 대한 반증으로 사용될수 있을 뿐이다. 그는 168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으며, 180의 키 큰 여성을 세번째 아내 (참고로 전부인 세실리아는 182로 더 크다)로 맞았다. 물론 사르코지 처럼 권력이 있거나 이건희 처럼 재력이 있는 경우를 보편화 할 수는 없지만, 작은 키는 "경쟁력"과 별 상관이 없거나, 적어도 (그것을 여성에 대한 '경쟁력'에 국한할 지라도)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루저 사태(?)를 보는 관점이 저와 상당히 유사한 것 같네요,,, 아니 생각의 결 자체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반가운 글입니다.
저도 미수다가 가진 비교문화적인 장점들(!) 때문에, 물론 이건 제작진의 상업적 의도가 빚어내고 있는 우발적인 성과(?)지요, 자주 킬링타임용으로 보곤했는데,,, 최근엔 뜸하다가 우연히 예의 그의 루저판을 루저 소란과 관계없이 보았는데요,,,,
근데 그 루저 발언보단, 님이 글에서도 지적하셨듯, 예의 투자론과 조건론이 영 황당하고,,, 특히 도미니크나 미르야(?)의 반응은 아주 인상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암튼 그 대놓고 까발려대는 맨살 발언들이 영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거의 논란이 되질 않고,,, 왠 말도 안되는 마냥사냥질만 계속 되고 있지요,,,
아참! 건필하시길....^^

비단터
저도 경제 사회 문화적인 면들이 같이 지적 되어야 한다는 것에 심히 깊게 공감합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는 친구의 말을 빌리면 "지금 한국은 루저 열풍"이라고 합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깔창 팔면서
"이도경(문제의 루저 발언 주인공입니다)도 반했다! 루저들의 필수 아이템!" 이라는 문구가 벌써 나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방송 이틀후입니다)
얼마나 이번 미수다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지 공감이 가지요...
저는 물론 일그러진 남녀 관계와 성평등문제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지만,
그만큼이나 일그러진 한국 사회의 감시 문화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갈 게 많다고 생각합니다.
벌써 이번 사건으로 문제의 발언을 한 대학생의 고등학교 때 몸무게와 키, 사진부터, 토익 점수, 미니홈피, 남자친구, 병원 상담 내역, 가입한 온라인 카페, 선후배 친구들의 미니홈피 모두가 까발려지고 있습니다.
화장이니 명품이니 하는 것도 결국은 이 감시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기준에 맞추어 살도록 강요와 감시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맞추질 못하면 살기가 너무 힘든거죠...
저는 소위 프로그램 팔아먹으려고 선정적인 주제를 마구잡이로 다루는 행동 자체가
공공파라는 큰 힘을 가지고서 감시의 틀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하는 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리 출연진과 얘기해봤다는 제작진의 말이 그냥 변명으로만 들리네요.
ps. 전에 슈퍼 주니어 멤버가 뚱뚱한 여잔 자기관리 못하는 여자라서 싫어요 하고 방송에서 발언했던것도 결국 마찬가지 논리인데 이건 왜 이렇게 큰 물의를 안일으켰을까요? 왜냐하면 벌써 여자들은 한국사회에서 날씬하기를 강요당하고 있고 꾸준히 길거리에서도 집에서도 감시당하고 있으며 또 그게 상식으로 통하기때문입니다.
ps. 사코지와 까를라 브루니커플에 대해서는 프랑스 코미디언 안 후마노프가 끝내주는 코미디를 해서, 더 얘기할게 없네요.^^
http://www.youtube.com/watch?v=sfXNXQA7kBA